pause
story 2008. 4. 29. 00:57
그런 날이 있다.
그 일은 주로 음악이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도무지 이 음악, 나와 겉돌고 있잖아,
플레이 중이던 음악을 끈다.
다른 음악을 재생시킨다.
채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 수초 만에
이번에도 역시 bgm으로써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음악을 끄고 다른 음악을 찾는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 그냥 다 꺼버리고 싶어진다.
차라리 정적이 편하게 느껴진다.
고요가 찾아오면 그제서야
지금,
내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건 마치 방음이 잘된 방에서 닫혀있던 창문을 열자마자
시끄럽게 제각각 울어대고 있는 엄청난 매미소리가 쏟아져 들어와
순식간에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과 같다.
언제부턴가 나는 수많은 목소리로 수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하나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나는 조용한 방에서 귀를 막아 버린다.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누군가 그렇게 물어준다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네!라고 말할 것만 같은,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