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ko
movie 2008. 5. 8. 19:30식코
감독_마이클 무어
출연_마이클 무어 외
그럼 이제, 우린 어디로 가야 하죠?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이 나라 꼭대기에 앉아계신 그 분은 국민의 건강이 돈보다 중요한 나라, 그 뒤를 밟아가고 계시는데. 우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를 거론했을 때, 그 전까지 미국의 의료 현실이 어떤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가 이끄는 진단학과만 봐도 환자 한 명의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이것저것 실험하고 검사하는 모습으로 분주한 모습만 보여줬지, 나중에 그 환자가 병원문을 나설 때 얼마의 치료비를 청구 받았는지는 드라마에서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마이클 무어가 보여주는 미국의 현실은 처참했다. 전쟁터보다 비참하고 참혹했다. 손가락이 잘려나가도 돈 없으면 붙일 수 없고, 설혹 보험가입자라고 해도 암 진단에 드는 검사조차 승인이 내려지지 않아 받을 수 없다. 보험사는 풀뿌리 같은 민초들의 보험금만 야금야금 빨아들여 자신의 잇속만 채우고, 정작 보험인들에게 무슨 일이 닥치면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만 할 뿐. 심지어 환자를 버리기까지 하는 모습은 가관 중의 상가관이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누군가, 독감으로 2주 입원했더니 4,800만원이 청구되었더라고 했던 말이 뻥이요~가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보험에 가입하기도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보험금이 나갈만한 사유가 있는 사람은 절대 가입시켜주지 않으니까) 보험에서 제외되는 병명이, 스타워즈 엔딩크레딧보다 길고 지루하게 나열되는 현실 앞에서 극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어이없는 쓴 웃음만 지어야 했다.
9.11 자원봉사자로 일하다가 병을 얻었지만 국가에서 어떤 보조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던 이들이 관타나모 기지를 찾아 제발 테러범만큼의 치료만 받게 해달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정말 '앓던 이(식코)'가 욱신거려 눈물이 날뻔했다. 개발도상국의 우수사례로까지 평가 받았다는 우리의 건강보험도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일까? 믿을 수 없지만 정말 우리의 미래도 저렇게 되는 것일까? 돈 없으면 병원도 못 가고 아플 권리도 없어지니까 ‘냉큼 쾌차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정녕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마이클 무어는 쿠바와 캐나다, 영국과 프랑스의 의료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그도 믿지 못할 만큼 미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들 나라들에서는, 아이를 낳아도 돈을 내지 않고, 약국에서 파는 모든 약의 가격이 동일하며, 의사가 직접 환자를 위해 출장을 다니거나 일 년의 육아 휴가 외에도 아이 때문에 힘들 주부를 위해 빨래 보조까지 붙여주는 일이 당연했다. 저런 나라도 있고, 저 나라 국민들은 오히려 미국인들보다 더 건강하게 산다는데 아니 우리는 왜! 굳이 왜! 미국의 뒤를 따르겠다는 것이지? 누가 봐도 어떤 의료 정책을 실시 해야 할지는 너무나 선명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도저히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난감한 질문이라도 된단 말인가?
제발, 옆 사람 손 잡고 극장에 가자. 깎지 않은 수염에 거대한 덩치, 비호감의 외모를 가졌어도 마이클 무어를 멀리하지 말고, 그의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자. 심각하게 두 시간 앉아있다 나오라는 얘기가 아니다. 무어의 유머 아닌 유머는 밖에서 들으면 코미디 영화라도 상영중인 것처럼 폭소를 자아낸다. 돈이, 시간이, 황금 같은 연휴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알면 그 물길을 제대로 돌려놓기 위해 넋 놓고 앉아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질 테니까. 강추! 이 영화, ‘식코’를 보자.
200805_스폰지 하우스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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