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reads again

book 2007. 8. 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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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서경식


그 그림 앞에 섰을 때 나는 이미 32세가 되어 있었다. 그림 속의 젊은 예술가와 눈흘김을 하고 있노라니, 몸속에서 솟구쳐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의 인간력을 몽땅 기울여서 나 또한 무엇인가를 해야지. 하지만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늦지 않은 것일까? ... 20대의 나날들이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을 생각하니 콕콕 가슴이 아팠다.
135p


눈이 마주칠 때 생글거리는 얼굴 모습하고는 정반대로, 멀리서 바라볼 때의 그의 옆모습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마음을 열지 않겠다고 굳게 굳게 결심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사람은 내 짐작으로는 지독히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불행에 몸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136p

사용자 삽입 이미지

Eugene Burnand '성묘로 달려가는 사도 베드로와 요한' (오르세에서 찍음)


어느 날 나는 파리 시내의 '팔레 드 도쿄'라는 미술관에서 한 장의 그림 앞에 서 있었다.
이 사나이들은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무엇을 쫓고 있는가? 아니면 쫓기고 있는가? 고향을 쫓겨난 난민인가? 혹은 괴로운 여행을 계속하는 순례자인가?
곰곰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아, 내가 지금 꼭 이런 꼴이겠구나 하고 생각되었다.
170p



오르세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보고 기억 속에서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꺼냈었다.
2000년, 이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 것.
그런데 서경식은 이를 팔레 드 도쿄에서 보았다고 한다.
가뜩이나 팔레 드 도쿄가 그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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