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ined rice wine

story 2008. 1. 11. 12:59


필립 들레름의 '첫 맥주 한 모금'이란 책이 있다.
항상 '저 완전 시원해요'라고 말하는 듯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는 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앉으면 그의 글이 떠오른다.

요즘은 '첫 커피 한 모금'이 더 자주 떠오른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게으른 아침밥을 챙겨먹고 마시는 커피 한 잔_
따뜻한 커피잔에 코를 대고 들이마시는 커피향은
내 정신의 스위치를 급하게 딸깍,하고 켜버린다.
아, 어쩔 수 없이 나는 세상으로 툭하고 내뱉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불가항력적인 유혹을 매번 뿌리칠 수 없다는 것이다.

'첫 정종 한 모금'에 대한 기억은 조금 더 근사하다.
사진이란 걸 배우기 시작했던 어느 해 겨울,
신촌의 한 강의실에서 선생님과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과 삼삼오오
택시를 잡아타고 이동했던 광화문 어딘가_
동화면세점을 얼핏 본것도 같은데..
길치인 나는 그 저녁의 행로를 금세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때 그 시간은, 그럴수록 더, 견고하게 굳어져 내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김이 서린 창, 창 밖으로 보이던 눈 쌓인 밤 거리.
그리고 내 앞에 놓여진 따뜻했던 정종 한 잔_
 
따끈한 정종이라는 것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그 느낌이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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